성소수자와 동료 시민으로 만나고자 하는
여러분에게 드리는 당부

성소수자인 우리는 일상적으로 우리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말을 마주합니다. “게이? 안 좋아 에이즈! 똥구멍 더러워!”부터 “성소수자로 살기 힘들지 않아? 너무 불쌍하다”까지… 이런 말은 당신과 나의 관계에서 나를 숨게 하기도 하고, 나의 성소수자 정체성이 내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드러나게 하기도 합니다. 한편,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이 많고 편견이 없다고 주장하는 당신이라 하더라도 당신 자신을 지나치게 믿는 순간, 성소수자를 아무렇지 않게 타자화하며 당사자에게 무례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성소수자가 아닌 당신이 성소수자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신이 성소수자인 나를 동료 시민으로 만나고자 한다면, 평소에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요? 지금 여기서 당신과 내가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고정관념 점검하기!

동성애자야? 그럼 네가 남자 역할이야? 여자 역할이야?

너는 여자인데 왜 남자처럼 머리가 짧아? 남자 되고 싶어? 고추 달고 싶어? 

너는 그냥 섬세한 남자인 거지 여자는 아닌 거 같은데?

지금은 어리니까 잠깐 혼란스러운 거야. 나중에는 여자랑 결혼할 거지?

여자랑 섹스를 안 해봐서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돈 줄 테니까 같이 성매매하러 가자.

너 같은 사람들 때문에 출산율이 줄어드는거야. 인간으로서 그러면 안 되지.

남자/여자 친구 있어? 

성차별적 성별고정관념과 비(非)트랜스젠더 이성애중심적 사고에 대해 당신 자신부터 비판적으로 점검합니다. 타인의 성별정체성, 성별표현, 성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입니다. 그동안 당신이 알지 못했던 성소수자의 삶에 대해 마음대로 넘겨짚고 무작정 질문부터 하기 전에, 성소수자 당사자가 말하는 본인의 경험을 이해하고자 열심히 노력합니다.

 

이제까지 “남자/여자 친구 있어?”라는 질문이 익숙했다면, 앞으로는  “애인 있어?” 또는 “만나는 사람 있어?”라고 바꿔 물어보면 어떨까요?

혐오와 차별 부수기!

게이(에이즈 수어 어휘를 사용하여)라고?

너 동성애 하면 똥꼬섹스 하는 거야? 더러워.

차별금지법 제정되면 교회에서 동성애 나쁘다고 말 못하는 거 아니야?

차별금지법은 역차별법 아니야?

성소수자인 건 창피한 건데 뭐가 당당하다고 드러내는 거야?

성소수자들은 성적으로 경험이 많을 테니까 섹스 경험 이야기 좀 해줘.

당신이 내뱉으려는 말이 혐오와 차별 속에서 만들어진 잘못된 정보가 아닌지 점검합니다. 소수자를 공격하는 혐오표현은 표현의 자유로 보장받을 권리가 아님을 반드시 기억합니다. 한국사회의 성소수자 관련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눕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담긴 혐오표현을 만날 경우, 그것은 표현의 자유로 허용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며 그렇게 말하는 것은 타인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 말임을 단호하게 지적합니다.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은 당사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거나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발행하는 자료들을 보고 열심히 공부합니다.

당사자의 맥락에서 이해하며 적극적으로 존중하기!

지금 나한테 커밍아웃 한다는 건 곧 나를 좋아한다는 말인 거야?

너랑은 앞으로 목욕탕 같이 못 가겠다.

성소수자라니.. 농인으로도 살기 힘들 텐데.. 너무 불쌍하다..

네가 성소수자인 건 네 사생활이니까. 네가 나만 안 좋아하면 네가 성소수자이든 뭐든 나는 상관없어.

누구한테 들었는데, 너 성소수자라며?

누군가가 당신에게 자연스럽게 커밍아웃을 한다면 이는 당신이 일상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이야기를 꾸준히 해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그 태도에 용기를 얻어 커밍아웃을 생각할 수 있었겠지요. 우리의 커밍아웃이 당신을 우리의 욕망의 대상으로 두기 위함이 아님을 기억해주세요. 성소수자의 커밍아웃을 당신을 중심으로 이해하지 말고 커밍아웃한 당사자의 이야기로 온전히 받아들여 주기를 바랍니다.

지금, 당신 곁에 성소수자 있다!

농인의 존재가 그렇듯 성소수자는 언제 어디에나 있었고, 지금도 당신 곁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연민의 대상이 아니듯, 성소수자 또한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아닙니다. 당신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데 쓰일 존재도 아닙니다. 당신이 너그럽게 받아들일지 말지를 멋대로 판단해도 되는 사람이 아닙니다. 성소수자는 당신과 동등한 존재로 살아가는 이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성소수자는 당신이 도움을 베풀 객체가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연대해야 할 동료 시민임을 항상 생각하세요. 그걸 몰랐다면 당신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거나 미처 몰랐을 뿐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당신 곁에서 살아왔습니다. 당신과 함께 사람으로 존중받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런 세상을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