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성소수자✕한국수어

개발 방법 및 추후 수어 개발 방향

한국농인LGBT(준)은 지난 2020년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기 전까지 한국의 농인성소수자가 교류하는 오프라인 모임을 두 차례 열었습니다. 각각 20여 명의 농인 성소수자가 참여하여 서로의 경험에 공감하고 사회적 차별에 맞설 힘을 얻었습니다. 두 번의 모임을 거치며 농인성소수자가 농사회 안에서 차별과 폭력을 경험할 때 그 현장에는 혐오수어가 존재해왔다는 사실도 새삼 확인했습니다. 농인성소수자가 자신의 존재와 경험을 이야기할 도구가 혐오수어밖에 없다면 농인성소수자가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본인의 이야기를 꺼내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한국농인LGBT(준)은 농사회의 혐오수어 사용에 단호히 반기를 들기로 했습니다. 혐오수어를 수집 정리하여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적 한국수어를 마련하자고 작정했습니다. 농인성소수자를 동료 시민으로 대하라고 직설적으로 요구하자고 결심했습니다. 이 책자는 혐오수어로 자신을 표현하기를 거절하고 혐오수어의 사용자에게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는 농인성소수자의 의지입니다. 

1) 대안 한국수어 개발 과정

한국농인LGBT(준) 대안 한국수어 개발 결의

2019년 농인 활동가 일곱 명, 코다 두 명, 내/외부 통역활동가 다섯 명이 모였습니다. 농인의 인권과 성소수자의 인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모두가 농인성소수자 운동의 당사자라고 믿는 활동가 열네 명입니다. 우리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담기지 않은 한국수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대안적 한국수어 표현을 개발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2019년 12월 21일 인권단체인 서울인권영화제의 제안으로 첫 모임을 시작하여 매주 회의를 가지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1차 개발: 대안 표현 필요한 한국수어 37개 단어 선정

먼저, 성차별적이고 성소수자혐오적인 한국수어 표현과 한국농인LGBT(준)이 활동해나가는 데 필요할 표현으로 37개 단어를 추렸습니다. 이제까지의 활동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37개 단어의 대안 한국수어 1차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2차 개발: 37개 단어 영역별 인권활동가 간담회

1차 개발 어휘의 영역별로 인권 활동 단체를 초대하여 연구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한국농인LGBT(준)은 37개 한국수어 단어의 맥락을 설명하고 각 인권 활동 단체는 각 표현의 의미와 의의를 함께 점검해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37개 단어의 대안 한국수어 2차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3차 개발 및 최종 확정: 농인 청년 활동가 및 각 분야 한국수어 전문가와의 자문회의 (총 2회)

2차 개발을 거친 37개 한국수어 단어를 자문위원회와의 두 차례 회의를 통해 확정하였습니다. 자문위원회는 농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농가족(Deaf family)의 농인 청년 활동가와 농사회 여러 분야에서 교수나 한국수어 연구가로 활동하는 전문가(지회장 및 센터장, 협회 현장 근무자, 농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 강사, 한국수어 교원, 농인 아나운서 등)를 아울러 총 열 명의 인원으로 구성하였습니다.

2) 대안 한국수어 개발 이후의 방향

지금-여기의 한국수어 (유동적이고 역사적인 언어로서의 한국수어)

한국농인LGBT(준)이 이번에 개발한 37개의 대안적 한국수어 단어에는 2021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농인성소수자의 경험과 고민이 담겨있습니다. 사회가 변화하면 농인성소수자가 부딪치는 상황도 달라지고 그에 따라 농인성소수자 인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농인성소수자 당사자의 생각도 움직입니다. 농인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성장하고 농사회 및 청사회와의 접촉면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필요한 한국수어 단어도 늘어납니다.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정의가 세밀해지거나 확장되는 등 수정이 이루어지면 관련 개념을 가리키는 한국수어 표현도 달라져야 할 터이고 말입니다. 없어져도 괜찮을 단어도 있겠지요. 한국어 단어가 사라지기도 하고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하듯 한국수어도 마찬가지라는 뜻입니다. 이번에 개발하여 선보이는 일련의 대안 한국수어 표현 역시 고정불변하는 말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한국 농인성소수자의 활동은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의 활동을 통해 역사 속에서 유동하는 언어로서의 한국수어를 꾸준히 다듬고 발전시키겠습니다.

농인성소수자인권대회(가) 개최 (연례)

한국농인LGBT(준)은 2022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농인성소수자인권대회(가)를 개최합니다. 농인성소수자가 섹슈얼리티 의제를 편견과 혐오를 걷어낸 한국수어로 접하도록 각종 세미나를 진행하고, 대안 한국수어의 현황을 점검하여 개발할 단어와 수정해야 할 단어 혹은 더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나을 단어 등을 살펴봅니다. 농인성소수자가 직접 머리를 맞대고 대안 한국수어를 업데이트해나가는 주요한 장으로 인권대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