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어에서의 성소수자 혐오

한국농인LGBT(준)은 성소수자의 존재와 경험을 나타내는 대안적인 한국수어 개발을 시작하면서 농인성소수자가 그간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언어의 폭력 속에서 살아왔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우리가 입어 온 언어폭력을 샅샅이 살펴보는 작업을 통해 저마다의 피해와 상처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농사회에 뿌리 깊은 성소수자 혐오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농인성소수자가 만난 한국수어

한국농인LGBT(준)의 활동가와 농인성소수자가 모인 첫 “오픈 스터디”에서 우리는 농사회에서 통용되는 성소수자 혐오표현 총 48개 사례를 추리고 정리했습니다. 사례는 크게 성소수자와 관련된 표현을 “성적인 것”에만 국한해 비하하는 경우와 “성차별적인 발언”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동성 간의 성관계를 대놓고 멸시하거나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한 호기심을 빙자하여 비하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남성에게는 이른바 남성적인 언행(큼직한 수어, 짧은 머리, 거친 행동 등)을 여성에게는 이른바 여성스러운 언행(얌전한 수어, 긴 머리, 단정한 행동 등)을 기대하고 강요하며 그러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이를 비정상으로 치부하고 혐오와 비난의 표적으로 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농인성소수자 당사자가 차별과 혐오라고 느끼는 한국수어 표현이 많았습니다. 이때 문제가 되는 한국수어 표현은 표현 자체가 문제기도 했지만 특정한 맥락 속에서 더욱 혐오적인 언어로 기능하고 있었습니다. 성소수자의 존재와 경험에 대한 농사회의 몰이해와 편견이라는 맥락 말입니다. 농인성소수자가 농사회에서 한국수어를 매개로 경험하는 차별 사례는 “6. 성소수자와 동료 시민으로 만나고자 하는 여러분에게 드리는 당부”에 담아두었습니다. 

성소수자 혐오 한국수어

여기서는 일단 동성애자 혐오수어라고 할 수 있는 일곱 개의 한국수어 단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농사회에서 이런 혐오수어를 만나는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게이를 지칭하는 혐오수어 세 가지를 짚겠습니다. “항문섹스를 하는 남성,” “남성과 성기를 맞붙이고 비비는 남성,” 그리고 “남성과 몸을 비비는 남성”이라는 표현입니다. 레즈비언을 지칭하는 혐오수어 네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성과 삽입 섹스를 하는 여성”(“항문섹스를 하는 남성”이라는 한국수어 표현에서 파생된 표현입니다), “여성과 성기를 맞붙이고 비비는 여성,” “여성과 클리토리스를 맞붙이고 비비는 여성,” 그리고 “여성과 몸을 비비는 여성”이라는 표현입니다. 이상 일곱 개의 한국수어는 본 페이지 상단에서 제공하는 영상에서 확인해보세요.

 

지적한 일곱 개의 한국수어는 동성애자의 존재와 경험을 지극히 성적인 행위로만 축소해 이해하는 농사회의 성소수자 혐오를 반영합니다. 한국농인LGBT(준)은 이를 명확히 혐오수어로 지정합니다. 그리고 농사회를 향해 강력하게 제안합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표현을 사용하지 말자고 말입니다.   

농인성소수자✕한국수어를 사용합시다

한국농인LGBT(준)은 위 일곱 개 혐오수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 한국수어를 비롯하여 성소수자의 존재와 경험을 표현하는 총 서른일곱 개의 대안 한국수어를 개발했습니다. 농사회가 성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성소수자와 소통할 때 더는 혐오수어를 사용하지 않고 보다 성소수자 친화적이고 긍정적인 한국수어를 사용하도록 작은 디딤돌을 놓고자 했습니다. 향후 농사회가 농인성소수자를 더럽고 문란한 존재로 타자화하며 혐오하지 않고 농사회의 동료 구성원으로 대하는 데 우리가 개발한 대안 한국수어가 개발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이번에 개발한 대안 한국수어를 널리 알려 농인성소수자가 농사회에서 자존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